채소의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Murakami Haruki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무라카미 하루키
Murakami radio2
오하시 아유미 그림, 권남희 옮김
도서출판 비채
20131122(내가 책 읽은 날짜임)

하루키씨가 앙앙이라는 잡지에 연재한 에세이모음 그 두 번 째 인 책임. 이른바 무라카미 라디오2라고 도 할 수 있음. 아무래도 연재물이다 보니 한 번에 다 읽는 것 보다는 시간 날 때 틈틈이 읽다가 두고 나중에 또 한번 읽었다가 하는 편이 읽기에 재미있음.

1. 하루키가 소설 쓰는 기분을 알 수 있다.
살짝 디스가 될 수 도 있지만, 무라카미씨의 소설이 종종 그지 같은 이유 (디스아님 나 무라카미씨 많이 좋아함.) 소설 쓰는 기분(?)도 약간 알 수 있음. ‘채소의 기분이라는 에피소드에서는
나는 대체로 이런 용두사미식의 대화를 좋아해서.” p.12
그래서 무라카미씨의 1Q84가 용두사미였군!
커다란 순무이야기에서는
희한한 얘기다. 몇 번을 읽어도 굉장히 초현실적이다. 교훈도 뭣도 없다. 아무리 성욕이 차올라도 채소하고는 함부로 섹스하지 않는 편이 좋다,” p.179
그래서 당신 이야기가 실질적 관계와는 상관없이 여주인공이 임신해버리는 것이군!

2. 몇몇 이야기는 아주 재미있다.
내가 적당한 이름을 지어 칵테일을 주문하면(예를 들어 시베리아 브리즈라든가) 야큐가 같은 바텐더는 태연한 얼굴로 적당히 만들어서 칵테일을 내주었다.” p.159
절로 웃음이 나기도 하고 당황해야 할 부분에서 무라카미가 그럴 수도 있지 뭐.. 아니라면 할 수 없지만 하고 생각해 버리는 부분도 재미있었다. 하루키 에세이는 기본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유머가 재미있다.

3. 어떤 이야기는 마음에 위안을 주기도 한다.
나이에 관해 가장 중요한 것은 되도록 나이를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평소에는 잊고 지내다가 꼭 필요할 때 혼자서 살짝 머리끝쯤에서 떠올리면 된다.” p.112
나이에 대한 하루키의 이런 시각은 아무리 그가 예순이 넘어서도 젊은 독자에게 공감하는 글을 쓰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4. 아 그리고 가끔 독자 따위는 저편으로 물려둔 자기 자랑 같은 글도 있다. 물론 마지막엔 겸손(?)하게 마무리 하는 편이지만.
이야, 올 여름(무라키미 주: 2010년을 말합니다)은 정말 덥더군요……라고 해야 할 텐데 나는 사실 전혀 덥지 않았다. 7월 중순부터 한 달 반쯤 북유럽에서 지냈기 때문이다.” p.124
이런 식으로 외국을 다녀왔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열폭이라고? 무라카미식으로 말하자면 그것도 어쩔 수 없군요.
아이슬란드에 가 본 적이 있는지? 나는 있다.” p.132
뭐냐? 질문을 던져놓고 밑도 끝도 없는 즉답은! 뭐 그렇다고 독자가 대답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지만.

5.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한 부분은 번역에 대한 부분이었다.
세상에는 오역보다 훨씬 나쁜 것이 있다. 그것은 읽기 힘든 나쁜 문장으로 나열된 번역과 맛이 결여된 지루한 번역이다.” p.163
이 부분에서는 정말 무릎을 탁 치며 무라카미에게 하트를 뿅뿅날렸다. (얼마 전에 읽은 책 때문이라고는 차마 말 못하겠다.) 스스로 번역가로도 활동하면서 위대한 개츠비를 일본어로 번역해서 내놓기도 한다던데. 좀 천재인가? 아 갑자기 천재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무라카미는 어느 정도 타고난 부분을 인정하는 것 같다. 노력하면 다 됨. 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무라카미는 그런 부류는 아닌 듯.

6. 책에 언급된 책과 음악을 검색해서 보게 되는 확장형 에세이이기도 하다. 어떤 책은 책에 언급되었다는 이유 만으로 그 음악이 들어보고 싶고 언급된 책이 읽어보고 싶기도 한데 그런 점에서 무라카미는 탁월하다. 뭐 책이 나오면 관련 CD도 같이 매출이 높아지는 무라카미 특유의 듣고 싶게만드는 필력을 두 말해서 무엇하리. 나로써도 버찌 먹는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푸슈킨의 벨킨이야기 스페이드 여왕을 다음 읽을 책으로 찜 해놓았고 (이 리뷰 끝나면 바로 읽을 거다. 내용이 궁금해서 근질근질. 다행히 책도 얇아서 빨리 읽을 수 있을 듯. 고마워요 하루키씨. 내가 이 책을 가지고 있는 줄도 몰랐는데 알게 해줘서) 책을 읽는 도중에 ‘How about you?’라는 음악을 들었으니까.

. 결론을 말하자면 띄엄띄엄 간간히 틈나면 한가할 때 읽어봐도 괜찮을 듯한 에세이!




책의 본문과 책 표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모든 권리는 도서출판 비채에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