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 코너 우드먼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코너 우드먼
홍선영 옮김
갤리온

세계일주 스토리를 책한 권으로 담은 것도 모자라서 그것을 리뷰 한다는 것이 짧지만은 않은 이야기가 되겠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런던의 잘나가는 금융인이 전 재산을 팔아 현금화한 뒤 돈을 ‘벌면서’ 세계를 일주한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이것은 실화다.

목표는 2배로 불리기. 제한시간은 6개월.

내용은 대충 이런 식이다. 살만한 물건을 찾아서 팔만한 나라로 물건을 운송시킨다. 그리고 비행기 시간에 맞춰서 다음 나라로 이동한다. 도착한 나라에서 물건을 팔아도 된다는 길고 지루한 세관신고를 하느라 진이 빠질 대로 빠진  주인공 코너는 세 번째 나라로 이동해서 첫 번째 나라에서 도착한 물건을 제시간 안에 제값을 받고 팔아야만 한다. 비행기 시간은 다가오고 금액은 맞지 않는데 구매자는 ‘내일’다시 오라며 생각해 보겠다고 한다.

이 책은 경제학자가 썼다고 하기에는 탁월하게 재미있다. 말하는 방식이 재미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아주 흥미로운데요. 커피의 고전 하면 브라질산이죠. 커피는 커피 맛이 나요. 커피는 다 커피 맛이 나죠. 그 미묘한 맛은 압도저인 커피다움 위에 층층이 쌓여 있어요. 이를테면 그렇죠.”
흠, 그래 이를테면 그렇단다.
p.112,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코너우드먼, 홍선영 옮김, 갤리온

다양한 거래의 실패와 성공이 적혀있는데 에피소드 중에서는 커피를 파는 에피소드가 제일 재미있었다. 커피 맛에 대해서 그렇게 전문가는 아니지만 즐겨 마시는 코너가 괜찮은 원두를 팔아보려고 하는데 소위 커피 전문가들은 앞치마를 두르고 커피점수카드를 손에 들고는 15잔의 커피를 차례로 마신다. 그러고는 그 중 한잔을....
아 잠깐만. 너무 재미있는 부분을 리뷰에 적을 순 없다. 요약해서 ‘마지팬!’이라고만 해두자. 꼭 읽어보길 바란다. 참고로 마지팬은 아몬드와 설탕을 갈아 만든 과자의 명칭이다.
어쨌거나 이 전문가들에게 멘to the붕을 당한 코너는 후에 와인을 팔 때 다음과 같은 기도를 올린다.
‘제발 마지팬!같은 소리가 나오지 않게 해주소서.’ -p.234

혹자는 이 책을 읽기도전에 다음과 같은 결심을 할지도 모른다. ‘좋았어! 나도 세계 일주를 가겠어! 나도 코너 우드먼처럼 전 재산을 팔고 거래를 하면서 2배로 불려서 오겠어!’
당신의 꿈을 응원한다. 하지만 세계 일주를 떠난 당신이 ‘마지팬!’같은 상황을 당하지 않게 하려고 여기서 잠깐 작가를 소개해야겠다.

일단 그는 아일랜드인 이다.

관리 : 내가 오늘 누굴 봤는지 알아? 당신은 상상도 못할 거야. 아일랜드 사람을 봤다니까.
아내 : 어머나, 세상에. 그러다가 다음번에는 요정도 보겠어요!
p.191,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코너우드먼, 홍선영 옮김, 갤리온

그리고 어마어마한 인맥을 자랑한다. 일례로 코너가 가야할 길이 막히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르케슈탐 패스(들어본적도 없어!)라는 길로 가려고 하는데 이 길은 코너가 전혀 모르는 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그 길을 가본 데다가 그에 대해 책까지 낸 폴 윌슨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곧장 폴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다.
p.147~148,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코너우드먼, 홍선영 옮김, 갤리온

이렇듯 친구가 다양하게 많다. 심지어 그에 대해 책까지 쓴 친구라지 않는가. 물론 쿵푸 달인 존이라는 친구 덕분에 맥줏집에 와인을 팔러가는 일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코너는 친구 덕을 톡톡히 본다. 그의 잔꾀와 사업수완도 좋아서 세계 여러 나라의 다른 거래 방식에도 굴하지 않고 잘 적응해 가곤 한다.

책은 챕터별로 투자액과 잔액이 나와 있지만 이는 물건에 대한 금액으로 숙박비, 식비, 가이드비, 비행기값 등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 그러니까. 만약 코너를 따라하고 싶다면 일단 책부터 읽으시라.

초반에 위기에 빠지기도 하고 말(동물 말이다.)로 엄청난 손해를 보면서 다시는 엄청난 크기의 운반하기 힘든 것은 사지 말자고 다짐하기도 한다. 녹차로 손해를 보면서 잘 모르는 분야는 손대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또 다시 잘 모르는 분야인 옥을 사는 모습을 보면 웃음도 나고 손에 땀을 쥐는 재미가 있다. 소소한 사건들이 이렇게 재미있는 것은 다 이것이 실화라서 일 것이다. 결국 팔지 못한 옥을 런던으로 가져와서 코너는 그래도 세계일주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실은 가만히 돈을 가지고 있었더라도 환율차이로 돈을 엄청 벌었을 거다. 하지만 벌어들인 돈 이상의 가치 있는 경험을 코너는 했고 그의 도전정신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미국 대형회계사에 소속된 애널리스트였던 코너가 해고당한 직원 400명에게 해고통지를 하다가 이러려고 경제학을 배운 게 아니라며 회사를 그만두고 시작된 여정은 적절한 감동과 약간의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의문을 던져주기도 하면서 끝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제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재미있다. 중간중간의 그림도 내용과 어울려 너무나 적절하고 웃기다. 경제의 ‘ㄱ’자도 몰라도 읽을 수 있으므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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