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소설 추천) 레벌루션 no.3 - 가네시로 가즈키


REVOLUTION no.3
레벌루션 no.3
가네시로 가즈키
김난주옮김
북폴리오

작가에 대해
가네시로 가즈키는 영화로 상영된 ‘고’의 원작을 읽으면서 알게 된 작가이다. 재일교포로 나오키 문학상 (뭔가 유명한 상인가보다)를 수상한 작가라고 한다. 이 작가의 책을 이제 3권 읽고 나니 사회비주류이자 꼴통으로 분류된 청춘의 세상을 향해 던지는 통쾌한 펀치 같은 소설. 그러나 무겁지는 않은 무난한 소설을 쓰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책의 간략 줄거리
레벌루션 no.3는 책의 3권이 아니라 3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레벌루션 no.3’ ‘런, 보이스, 런’, ‘이교도들의 춤’이렇게 3가지 이야기인데 주인공들은 같다. 학력사회에서 살아있는 시체에 가까운 3류 꼴통 고등학교에 다니는 그들을 주위에서는 좀비라고 부른다. 죽여도 죽을 것 같지 않다는 좀비라는 별명을 마음에 들어하는 40여명의 이들은 자신들을 ‘더 좀비스’라고 부른다. 그냥 ‘좀비스’라고 할 것인지 ‘더 좀비스’라고 할 것인지는 의견 충돌이 있었지만 비틀즈가 ‘더 비틀즈’이기 때문에 ‘더 좀비스’로 합의를 본다.

Revolution no.3에서는 생물선생인 닥터 몰로의 유전학에 감명 받은 더 좀비스가 공부 잘하는 여학생들과 짝을 짓기로 결심한다. 그리하여 난공불락의 요새로 비밀의 화원이라고 불리는 성화여학교 학원제에 몰래(?)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이들의 단순한 계획은 2년간 실패를 거듭하고 3학년이 된 이들은 마지막 계획을 세운다. 리더인 히로시가 아파서 병원에 있는데 이들은 과연 성공할까?

런, 보이스, 런에서는 히로시의 무덤이 있는 오키나와로 가는 자금을 얼바리 야마시타가 다 털리고 돈을 털어간 녀석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순신은, 늘 다수측이 이기게 돼 있어, 라고 말했다. 그 말대로 아까 우리에게 굴복한 놈들은 머지않아 사회의 한가운데서 다른 형태로 우리들을 굴복시키고 승리를 거머쥐려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몇 번이나 패배의 쓴 맛을 보게 되리라. 하지만 그게 싫으면 이렇게 계속 달리면 된다. 간단하다. 놈들의 시스템에서 빠져나오면 된다. 초등학교 1학년생들의 달리기 시합처럼 계속 달리면 된다.

-P. 141, 레벌루션 no.3, 가네시로 가즈키, 김난주옮김, 북폴리오

이교도들의 춤
여기서는 초반에 짧은 옛날이야기가 나오는데 아주 흥미롭지만 중간에 끝난다. 직접 읽어보길. 이 작은 이야기가 꽤 재미있다. 그리고 진짜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이번에는 미녀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전화를 받은 주인공과 더 좀비스의 활약을 담았다. 미녀는 정체불명의 스토커에게 시달리고 있으며 의심 가는 사람도 딱히 없다. 그녀를 보디가드하면서 범인도 밝혀내려고 하지만 도리어 목이 졸리고 죽을 뻔한 주인공은 스토커에게 이 빚을 갚아주고자 한다. 경찰에게 신고하자는 미녀에게 일주일의 시간을 허락받은 더 좀비스. 의심 가는 인물을 한 명 한 명 조사하지만 그들은 범인이 아니다. 약속된 일주일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이야기의 끝으로 가면 처음 시작한 짧은 옛날이야기의 결말(?)이 나온다. 그 결말도 본 이야기의 결말도 만족스럽다. 내가 플라이대디플라이를 봐서 이 작가가 결말이 결말 같지 않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주인공들은 아직 젊은 청춘이고 인생은 사건과 해결의 연속이라는 점을 책을 끝맺는 방식을 통해서 말하고 있는 듯하다.


등장인물 간략 정리
레벌루션 no3, 플라이대디플라이, 스피드를 모두 보는 사람을 위해서 주요인물을 간략 정리해보겠다. 주요한 인물만 꼽아도 6명이나 되니까. (뭐 나처럼 일본어 이름이 다 그놈이 그놈 같은 헤깔리는 난독증에 걸린 사람이 또 있다면 도움이 되리라 믿으면서)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무언가의 마이너리티라는 것이다.

우리들은 모두 반론할 말을 찾지 못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우리는 삼류 얼간이 고등학교에 다니지만 옳고 그름의 구별 정도는 할 줄 안다. 그러나 언어가 모자란다. 그러다보니, 말을 찾는 동안 그럴싸하게 들리는 말을 늘어놓는 놈들에게 휘말리고 마는 것이다.

-p.292, 레벌루션 no.3, 가네시로 가즈키, 김난주옮김, 북폴리오

순신은 싸움을 잘하지만 재일한국인으로 어떤 분야로 가든 최고가 목표인데 일부 분야는 자신의 출신 때문에 그럴 수가 없으므로 프로골퍼가 꿈이다. (가끔 GO의 주인공(스기하라)으로 착각하는데 다른 인물이다.) 플라이대디플라이에서는 주인공급으로 나온다.

적대관계에 있는 중학교 녀석들을 패주려고 손에 손에 몽둥이와 목도를 들고 공원에 집합했는데, 그 정보를 듣고 오금이 저린 상대편이 경찰에 찔렀다. 경찰이 목도를 든 순신의 선배에게 “너희들 무슨 짓이야!”라고 소리 지르자, 어떻게든 그 자리를 모면하려던 선배는 “우리들 검도부거든요.”라고 대답해 경찰에게 신나게 얻어맞았다. 유감천만.

-p. 39, 레벌루션 no.3, 가네시로 가즈키, 김난주옮김, 북폴리오

안겨도 좋을 것 같은 ‘아기’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육체에 스페인, 중국, 필리핀 혼혈아다. 그는 정보통 역할을 하고 있고 물론 상담은 유료다. 꿈은 세계여행과 전 세계 여친 만들기이고 이 후 꿈을 실현시킨다.

야마시타는 사상 최악의 얼바리 사나이다. 불운을 몰고 다닌다.

히로시는 오키나와 출신 흑인 혼혈로 꿈은 총리, 더 좀비스의 리더지만 불치병을 앓게 된다.

가야노. 아이누족(일본 토속 원주민)으로 홋카이도 출신으로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소년 가장이다.

주인공 미나가타(이놈의 주인공 이름은 p.166에 가서야 나온다.)는 나름 엘리트 집안 출신으로 더 좀비스에 2인자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똑똑한 편이고 친구(히로시)의 병을 고치겠다고 의사를 꿈꾼다. 하지만 그가 2인자 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래글을 읽어보면 이해가 된다.

아무 묘안도 없으면서 남들보다 한 단 높은 곳에서 생각하고 있다고 우쭐하여 다른 친구들이 심각하게 생각해서 짜낸 안을 바보라서 바보 같은 생각밖에 못한다고 무시하는 그런 놈이었다. 나란 놈은 어른이 되어서도 뜻도 모르는 영어 단어를 슬쩍 대화에 흘리면서 자기만족에나 빠질 인간이다. 우라질.

-p.58, 레벌루션 no.3, 가네시로 가즈키, 김난주옮김, 북폴리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어른으로 자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미 난 어른이니까. 나는 지금 어떤 어른일까? 가 더 정확한 표현이 되겠지만. 세상에 좌절당하더라도 계속 춤을 출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스스로에게 바래본다.

어떤 기사의 표제는 모든 주부가 남편이 없을 때면 바람을 피운다고 단정 짓고, 또 어떤 기사의 표제는 모든 여고생이 약물 중독과 음란 행위에 노출되어 있다고 단정 짓고, 또 어떤 기사의 표제는 모든 재일 외국인은 범죄자라고 단정 짓고 있었다. 가령 내가 장차 회사원이 되어 이런 광고가 주르륵 매달려 있는 전철을 몇 년이고 몇 년이고 계속 탄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p.181, 레벌루션 no.3, 가네시로 가즈키, 김난주옮김, 북폴리오

다음으로는 스피드를 읽어볼 생각이다. 플라이대디플라이를 먼저 읽긴 했지만 사실 이 시리즈는 순서가 그리 상관있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책의 맨 마지막장 마지막 줄에 있는 말을 이 글을 끝맺으며 인용하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책을 읽을 독자를 위해 남겨둬야겠다. 아마도 이 결말 때문에 에피소드가 시간 순서가 아닌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결말(이건 정말 최고의 결말!) 이후에 마음에 드는 결말 중 하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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