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음악회 정명훈 지휘, 베토벤의 영웅


2013년 5월 23일
우리동네 음악회
서울시립교향악단, 정명훈 지휘
베토벤 영웅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정명훈 지휘자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마친 뒤 바로 정명훈 지휘자가 걸어 나왔다. 터벅터벅 이라고 할까. 아니면 쿵쿵 이라고 할까? 빠르고 힘찬 발걸음으로 걸어온 그는 중앙에 서서 약 2초간 오케스트라를 한번 쳐다봤다.
팔로 중간 속도록 원을 한번, 그리고 빠른 속도로 크게 원을 한번 그리고는 바로 ‘꽝!’ 1악장이 시작되었다. 초연하게 단호하고 숨 쉴 틈 없이 밀도 높은 빠르고 정확한 시작.
얼마나 연습했으면 동시에 저렇게 빠르게 시작 할 수 있을까? 갑자기 눈물이 났다.
한 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매일같이 모여서 한 번의 무대를 위해 수 천 수 만 번 연습했을 사람들의 열정이 느껴졌다.

비록 동네음악회라서 사람들은 어수선했고 연신 핸드폰으로 시진을 찍어 댔고 1악장이 끝나자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한 차례 더 들어왔기 때문에 섬세하고 비장한 2악장은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들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 사람들이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 않은 점도 좋았다. 덕분에 3악장과 4악장을 넘어갈 때는 빠르게 넘어갔는데 편안하게 4악장을 즐길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영웅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1악장은 들어본 적이 있는 음악이었고 1악장과 4악장이 좋았다. 아마도 1악장은 익숙해서 좋게 들렸으리라. 4악장은 다채롭고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영웅의 연주가 끝나자 몇몇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쳤다. 나도 일어나서 마음속으로 브라보를 외쳤다. 입 밖으로 크게 ‘브라보, 브라보’를 환호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쉽다. 정명훈 지휘자는 몇 번 들어갔다 나왔다. 그리고는 초반의 그 단호하고 빠른 원을 그리고는 곡 하나를 짧게 연주했다. 많이 들어봤던 음악인데 어떤 곡인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즐겁게 음악회가 끝났다.

지휘자가 다르면 음악이 얼마나 다른지 나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동네음악회에서 지휘자로 인해서 청중과 단원이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리라는 것을 확신한다. 기회가 된다면 영웅은 제대로 다시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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