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04 눈, 사람, 눈사람




20130204 눈, 사람, 눈사람


여의도엔 눈도 오고, 사람도 많은데 눈사람을 본 적이 없다. 여의도 안쪽엔 아파트 단지도 많으니까 틀림없이 어린이도 있을 것이고, 또 여의도 공원은 가족도 연인도 많이 오는 곳이니까 한번 쯤 볼 법도 한데 본 적이 없다.
내가 바빠서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인지, 사람들이 바빠서 눈사람을 만들 여유는 없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언젠가 출근길에 이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여의도역 5번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주먹만 한 눈덩이를 만드는 거다. 그리고 그 눈을 굴려서 회사로 오는 거지. 눈이 충분히 크지 않다면 회사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눈을 굴린다. 그러다보면 눈덩이 하나가 만들어 지겠지. 다음날 출근 할 때 한 번 더 한 덩이를 더 만들고 나면 눈사람이 되는 거다.
사람들이 많이 볼 텐데. 눈사람을 보면서 가족을 생각하고 주말엔 그들의 자녀와 놀아줘야겠다고 생각할 텐데. 하루쯤 더 여유가 있다면 한 덩이를 더 만들어서 3단 눈사람을 만들어야지. 머리 가슴 배로 이루어진 3단 눈사람. 눈과 코를 붙이고 웃는 입을 만들어야지.
그런데 사실 그렇게 눈이 쌓이지가 않는다. 여의도는 너무 빨라서 제설재가 뿌려지고 다음날이면 누군가 다 쓸어서 눈덩이에 둘러싸인 나무 옆으로 말끔한 길이 나타난다. 나의 상상은 매일같이 눈이 내린다면 가능하겠지.
아니 그 전에 내가 회사 출근 시간보다 한 시간 쯤 일찍 도착하는 게 먼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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