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21 여의도오늘

20130121 
비, 겨울에 내리는


아침에 일어나 기상예보를 언뜻 들으니 폭설이 내릴 것이라고 했다. 잔뜩 긴장하고 집을 나셨지만 계속해서 비가 내렸다. 비는 그치는 듯 끊임없이 내렸다.
나는 겨울눈이 좋다. 교통이 불편해지고, 시간이 지나면 회색빛 구정물이 되지만 그래도 눈 자체가 좋다. 눈이 쌓이는 것도 눈으로 씻겨 내려가는 도시도.
어른이 되면 눈이 싫어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여전히 눈이 좋다.
예전엔 겨울에 내리는 비가 좀 시시하다고 생각했다. 첫눈이 내리기로한 날에 비가 오는 것처럼 허무한 기분이 드는 축축하고 차가운 물이니까.
하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눈과 눈 사이에 내리는 비는 청초한 난 같다. 도시를 깨끗하게 씻어주고 쌓여있던 눈을 녹여주고 도시의 색깔을 선명하게 해준다. 기능적으로도 미학적으로도 상당히 아름답다.
겨울비를 맞은 여의도는 특히 더 아름답다. 여의도의 보도블록은 비교적 수평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빗물이 고르게 퍼져 옅은 거울을 만든다. 사람과 자동차와 빨강과 파랑이 슬쩍 일렁이고 사라진다. 겨울 빗물에서 일렁이던 나도 어느 날 여의도에서 멀어지겠지. 예정되었던 폭설 위에 내 발자국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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