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착한 개

어제는 큰 개를 보았다.
말라뮤트라고 했다. 표준보다는 작은 크기의 말라뮤트였다.
생각해보면 내가 흔하게 길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견종이 표준보다 작다.
어쨋든 그 큰 개는 너무 순했다.
큰 개는 목줄을 풀고 놀아볼 일이 거의 없고 사람들이 다가와도 다들 피하니까 견주입장에서는 더욱더 끈을 짧게 잡게 된다.
그 효과로 개는 더 주인말을 잘 듣는다.
내 생각엔 큰 개일 수록 더 순한 것 같다.

나는 큰 개든 작은 개는 개를 별로 무서워하진 않는다.
하지만 크기와 상관없이 몸을 낮추고 으르렁거리는 개는 무섭다.
진돗개랑 비슷하지만 그 보다는 약간 작은 한국 시골에서 흔하게 보는 짧은 털의 개들은 전반적으로 무섭다. 그들은 대체적으로 나한테 으르렁댔다.

언젠가 그런 개를 만난 적이 있다. 주인은 개가 착하다고 했지만 가까이 가자 으르렁 댔다.
크게 짖는 것보다 낮은 으르렁거림이 더 위협적임을 나는 안다.
사실 물리지 않으려면 절대 개앞에서 쫄면 안된다.
으르렁 대거나 짖더라도 태연하게 갈 길을 가거나 몸을 돌려 유유히 멀어져야한다.
개들은 내가 그들의 으르렁 소리를 듣고 그 순간 쫄아든걸 아는 것 같다.
몸에서 무슨 호르몬이라도 나오는 건지 아니면 개의 동물적 육감이 아주 미세한 행동을 포착한 건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개 앞에서 태연하게 내가 물릴 가망성에 대해서는 1%도 없다는 식으로 가장해야한다. 아니. 실제로 그렇게 생각해야한다.
하지만 마음속에 불안함이 커져간다.
나는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이제 돌아서 갈꺼라는 재스처를 취하고 나는 개에게서 멀어진다.
하지만 간혹 불안이 너무 커져버렸을 때는 개가 나를 따라와 달려든다.
요즘의 나에게는 거의 이런 일은 없지만 개들은 왜 불안해 하는 사람에게 더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걸까?
양 쪽 모두에게 좋지 않은데 말이다.

어쨋든 큰 개를 보니 개 키우는 사람에게부러운 마음도 들었고 견주와의 대화속에 뭍어나는 큰 개의 주인으로써의  고충에 대해 듣다보니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이번 여름은 더웠는데 말라뮤트처럼 촘촘한 털을 가지고 있으면 여름엔 얼마나 더울까. 마음 껏 아주 넓은 들판을 달려보고 싶진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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