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도시



꿈의 도시 - 오쿠다 히데오
01. 간략한 소감

원제는 무리(無理). 한국어 제목은 꿈의 도시. 작품은 유메노 도시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유메노>라는 것이 일본어로 ‘유메’는 꿈(夢), ‘노’는 일본어 접속사 ‘의’가 되어서 <유메노 도시=꿈의 도시>라고 번역되어 출간된 듯하다.

‘유다’, ‘메카타’, ‘노카타’라는 세 개의 읍이 합병해서 각각의 머릿글자를 따서 유메노라는 이름이 되었다. 이 부분에서 이미 책의 핵심이 드러난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도 대부분은 도시의 이름이 한문이고 그 뜻이 있다. 지역 고유의 특징이나 역사가 그 지방의 이름이 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서울의 구로(九老)동은 아홉 명의 장수한 노인들이 살았던 곳이라서 그런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유메노’라는 곳에는 그런 역사적 지명은 사라진다. 그저 어감이 좋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반대 없이 시의 이름이 되어버린다. 겉은 그럴 듯하지만, 내용은 없는 지금의 시대를 꼬집는 이름이다.

“무코다 군(郡)이라는 역사적인 지명은 아예 묻혀버렸다.” 
출처 : 꿈의도시, 오쿠다 히데오, 양윤옥, 은행나무, p.20

책은 63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다. 하지만 두껍다고 하기에는 그 내용 빠르고, 글이 쉽다. 난독 증으로 허덕이는 나마져도 이틀 만에 읽은 책이다. 다섯 명의 주인공이 순차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가는데 등장인물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처음에는 일본어 이름에 익숙하지 않아서 이게 누구였더라 하는 생각이 든다.(물론 주인공뿐 만아니라 조연들도 엄청나게 등장한다) 하지만 책은 초반을 넘어서면 순식간에 속도가 붙으며 서로 상관없던 5명이 맞물리고, 그렇게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책의 겉면 테두리에 “엄청난 스피드로 달려가는 클라이맥스”라고 적혀 있는데, 누가 적었는지 정말 작품을 꿰뚫는 평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 책은 <지금>읽어야 하는데, 첫째. 지금이 겨울이기 때문이다. 책의 배경은 미친 듯이 추운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매일같이 흐린 날씨다. 다들 봄이 오면 이루고 싶은 꿈을 꾼다. 책의 배경처럼 서울은 매일같이 기록적인 추위이고, 걸핏하면 눈에 날씨도 흐린 터라 읽는 내내 공감이 갔다.

둘째로, 지금의 상황을 꼬집고 있기에 지금 읽어야 한다. 책의 주인공들은 우리를 닮았다. 점점 타인에게 매정해져 버리는 공무원도 우리이며, 큰 도시에서의 성공과 지긋지긋한 시골에서 벗어나겠다는 여고생의 마음도 고등학교 때의 우리였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바로 그 곳 유메노에 살고 있었다. 일본의 현시대 상황을 꼬집는다고 하지만 절대 우리나라도 피해갈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이 책에 녹아 있었다.

생활 수급자들을 귀찮은 ‘케이스’라고 비하해서 부르며 그들의 인격을 무시하는 태도의 공무원들, 그들은 열심히 해서 위로 올라가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편함을 찾는다. 건축업자와 혈연을 이용해 이득을 챙기는 시의원과 사치를 일삼지만 행복해 보이지 않는 그의 부인은 우리의 부자들을 닮았다. 누군가를 가르치고 설교하게 된 보안요원은 자신이 가지지 않은 권력으로 사람들의 무릎을 꿇게 하고 묘한 쾌감을 느낀다. 보안 요원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가르치고 설교하는 일을 하는 몇몇 사람들은 실제로 이런 기분일 거라는 섬뜩한 현실감은 마음을 씁쓸하게 했다. 또한, 사기 세일즈로 돈을 많이 버는 유야는 대부분의 회사원들이라고 확장해서 생각하게 해서 씁쓸하게 했다. 잘못인줄 알면서도 돈을 많이 버니까 그 일을 하는 직장인들은 많다. 그것이 꼭 노인들을 속여 현금을 받아내는 누전차단기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책은 현실을 가볍게, 그렇다고 진지하지도 않게 다룬다. 이게 이 책의 묘미다. 그 줄다리기에서 폭발하는 앤딩은 간만에 괜찮은 책하나 읽었구나. 하고 아쉬움을 남긴다.

02. 결말에 대한 생각

(책을 읽으신 분은 결말을 알면 재미가 반감되니 파란색글씨는 패스하시길.)

결국, 이대로 트럭 운전사가 죽어버린다면 공무원(도모노리)은 행복할까? 이상형의 그녀를 만났지만 싱겁게 끝나버린 하룻밤처럼, 현청으로 나간다고 해도 또 다른 겨울이 그의 앞에 있는 것은 아닐까?


도와주세요. 라며 외치며 트렁크에서 가까스로 나온 여고생(후미에)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메일린 공주에서 갑자기 시골구석의 그저 그런 여고생으로 도와온 후미에는 봄에는 도쿄의 여대생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언론의 희생양으로 ‘감금기간 동안 정말 아무 일도 없었나.’라는 질문만 듣게 될까. 정상적인 사람으로 나머지 인생을 살 수 있을까? 그녀에게도 17년 인생이후 겨울만 남은 것은 아닐까?


사기세일즈맨(유야)는 자백을 하지 못한 선배를 경찰서에 보냈다가, 자신도 혐의를 받지는 않을까? 만약 무혐의라고 해도 이제 사장도 없고, 선배도 없이 무엇을 할 것인가? 그의 아들 쇼타는?


보안요원(다에코)―보안요원이라기보다는 종교인이라는 편이 그녀를 더 잘 설명하는 것 같지만―는 솔직히 처음에는 죽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다시 읽어보니 그녀는 살아서 눈을 뜬 것 같다. 그녀는 내세에서 복을 비는 것보다는 현재를 살아가려는 것 같다. 하지만 하반신이 차에 끼어서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런 고마움을 좀 더 일찍 느꼈더라면 좋았을 텐데” 
출처 : 꿈의도시, 오쿠다 히데오, 양윤옥, 은행나무, p.619

그녀는 앞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시의원(준이치)는 도망간다. 모든 혐의에서부터, 하지만 사람을 두 명이나 직, 간접적으로 죽이는데 가담하고 그 장면을 목격한 것은 평생 그를 따라다닐 것이다. 그는 도망갈 수 있을까?

이들 모두에게, 그리고 조연들마저도 모두 회색빛을 띄며 막이 내린다. 좋게 생각해서 오픈 앤딩이라 하더라도 유메노 도시에 봄은 좀처럼 올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이미 내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출처 : 꿈의도시, 오쿠다 히데오, 양윤옥, 은행나무, p.630

03. 책의 추천

돈 아깝지 않은 두꺼운 책이고 책도 충실하여 추천추천

‘공중그네’는 황당 유쾌, ‘꿈의 도시’는 가볍지 않은 진지의 재미랄까.

책의 간략한 내용 ‘무리해서 사는 이 시대 5명의 재미있는 이야기’

확실히 재미있다.

04.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3권을 읽고 나서는 도대체 741페이지가 왜 필요한 거야! 라고 소리쳤지만 오쿠다 히데오의 630페이지는 적절했다. 아니 모자랐다.

친필사인은 특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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